우주의 끝은 팽창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묻는 질문이다
우주는 아주 큰 규모에서 팽창하며, 서로 멀리 떨어져 중력으로 묶이지 않은 은하들 사이의 거리는 대체로 늘어난다. 이 변화가 끝없이 이어지면 먼 미래의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별빛이 드물어진 공간이 계속 넓어질 수도 있고, 팽창을 바꾸는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미래가 나타날 수도 있다. 우주의 끝을 연구하는 일은 이런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별의 죽음은 별 하나가 빛을 내던 방식을 잃고 무엇을 남기는지 다룬다. 우주 전체의 마지막 모습을 알려면 별의 수명에 더해 공간의 팽창도 알아야 한다. 여기서 끝이라는 말이 반드시 어느 날 시간이 멈춘다는 뜻은 아니다. 끝없이 변하면서 특정한 상태에 가까워지는 미래도 함께 다룬다.
먼 천체의 빛으로 팽창이 달라진 과정을 알아낸다
먼 은하가 보내온 빛은 오랜 시간을 지나 우리에게 도착한다. 공간이 팽창하는 동안에는 그 빛의 파장도 길어진다. 천문학자는 파장이 얼마나 늘어났는지와 천체까지의 거리를 함께 조사해, 빛이 이동한 동안 우주의 팽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낸다.
특정 종류의 초신성은 원래 밝기를 추정할 수 있어 거리를 재는 데 쓰인다. 이런 초신성과 은하 등 여러 관측을 종합하면, 우주는 최근 우주 역사에서 팽창이 빨라지는 시기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현상을 가속 팽창이라고 한다. 이때의 최근은 사람의 일생보다 훨씬 긴 우주의 역사 속 구간을 뜻한다.
암흑에너지는 가속 팽창을 설명하려고 우주 모형에 넣는, 정체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성분의 이름이다. 한 가지 설명은 같은 부피의 공간에 들어 있는 암흑에너지의 양, 곧 밀도가 팽창 중에도 일정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성질을 나타내는 것이 양의 우주상수다.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설명도 연구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같은 성질을 유지할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열적 죽음에서는 변화를 일으킬 에너지 차이가 줄어든다
뜨거운 물이 든 컵을 방에 두면 물에서 주변으로 열이 전달된다. 물과 방의 온도가 비슷해질수록 그 사이에서 열이 흐를 여지가 줄어든다. 온도 차이는 열기관을 움직이는 데 이용할 수 있지만, 차이가 사라지면 그 방법으로는 더 이상 일을 시킬 수 없다.
우주에도 뜨거운 별과 차가운 주변 공간처럼 에너지가 오가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차이가 있다. 아주 먼 미래에 이용할 수 있는 이런 차이가 거의 남지 않는 상태를 열적 죽음이라고 부른다. 핵심은 모든 에너지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아니라, 빛을 내거나 다른 변화를 계속 일으키는 데 쓸 에너지를 얻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양의 우주상수가 계속 유지되는 모형에서는 우주가 팽창을 이어 간다. 서로 묶이지 않은 은하 집단은 더욱 멀어지고, 오래도록 새 에너지원이 생겨나지 않는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전제에서 열적 죽음에 가까워지는 우주의 장기 변화를 연구한다. 컵의 예는 온도 차이의 역할만 보여 주며, 중력과 공간의 팽창까지 담은 우주 전체의 축소판은 아니다.
빅 립에는 묶인 구조까지 흩어 놓는 조건이 필요하다
팽창하는 우주에서도 태양계와 우리은하는 중력으로 묶여 있다. 앞서 살펴본 우주상수 모형의 팽창만으로 태양과 지구 사이가 우주 전체와 같은 비율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서로 묶인 천체의 움직임과 아주 큰 규모의 팽창은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
빅 립은 이와 다른 암흑에너지 조건을 가정한다. 대표적인 이론 모형에서는 우주가 팽창할수록 암흑에너지의 밀도가 계속 커지고, 그 효과가 유한한 시간 안에 끝없이 강해진다. 그 결과 중력으로 묶인 은하와 행성계도 흩어지고, 모형을 계속 적용하면 원자처럼 더 단단히 결합한 구조까지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성질을 가진 가상의 암흑에너지를 팬텀 암흑에너지라고 한다. 빅 립이 일어나려면 그 성질이 필요한 방식으로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가속 팽창을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 빅 립을 예고할 수는 없다. 이 그림은 특정 조건의 결과를 보여 주는 이론적 시나리오다.
빅 크런치에서는 팽창이 멈추고 수축으로 바뀐다
아주 큰 규모에서 벌어지던 거리가 언젠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미래도 생각할 수 있다. 우주의 팽창이 멈추고 수축으로 돌아서면, 물질과 빛은 점점 더 조밀하고 뜨거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결말을 빅 크런치라고 부른다. 어느 한 은하가 주변 은하를 삼키는 사건과는 규모도 원인도 다르다.
이 시나리오에는 팽창을 수축으로 바꿀 조건이 필요하다. 일부 이론 모형에서는 암흑에너지의 성질이 지금과 달라지면, 현재의 가속 팽창 뒤에도 우주가 다시 수축할 수 있다. 이런 연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확정하는 대신, 어떤 조건에서 팽창이 뒤집힐 수 있는지 시험한다.
암흑에너지가 조금 약해진다고 언제나 빅 크런치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우주에 들어 있는 물질과 에너지, 공간의 기하학적 성질이 함께 팽창을 결정한다. 양의 우주상수가 계속 유지되는 표준 모형은 이런 수축을 예측하지 않는다. 빅 크런치를 우리 우주의 확정된 마지막 장면으로 볼 근거는 아직 없다.
새 관측은 미래를 결정하는 조건을 더 정밀하게 검사한다
2025년 발표된 DESI 연구는 수많은 은하의 분포로 팽창의 역사를 조사했다. DESI 자료만은 표준적인 우주상수 모형으로 잘 설명되지만, 초기 우주의 빛과 초신성 자료를 함께 분석하면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설명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어떤 자료를 함께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경향의 강도도 달라졌다.
이 결과는 암흑에너지의 변화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다. 변화가 확정되었다는 뜻도, 앞으로의 변화 방식이나 우주의 종말이 정해졌다는 뜻도 아니다. 관측에 남은 오차와 분석에 사용한 가정을 검사하고, 새로운 자료에서도 같은 경향이 이어지는지 살펴야 한다.
열적 죽음·빅 립·빅 크런치를 나란히 놓아도 세 가지가 같은 확률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양의 우주상수는 관측을 비교할 때 쓰는 표준 모형의 가정이며, 빅 립과 미래의 수축에는 별도의 조건이 필요하다. 세 가지가 가능한 모든 미래를 빠짐없이 담은 목록도 아니다.
빅뱅을 연구할 때 오래된 빛으로 우주의 과거를 살피듯, 미래를 연구할 때도 출발점은 우리가 받은 빛이다. 관측은 어떤 조건이 우주와 잘 맞는지 알려 준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까지 그 조건이 이어지는지는 남아 있는 질문이다.